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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를 읽지 않는 개발자

코드 읽기의 이른 추모사

최근 Augment Code의 새로운 AI IDE인 ‘Intent’의 데모 영상을 보았다. 인상 깊었던 점은 영상 내내 코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프롬프트, AI 에이전트의 작업 내역, 그리고 결과물이 반영된 라이브 사이트가 전부였다. ‘코드 읽기’를 개발의 중심에서 밀어낸 도구의 등장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코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믿어왔다. 코드를 머릿속에 구조화하고, 가상의 시스템을 돌려보며, 어디서 깨질지 감을 잡는 일. 주니어와 시니어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도 이 ‘읽고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에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기술의 가치가 실시간으로 떨어짐을 느낀다. 이전 글에서 짚었듯,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AI의 코드 앞에서 인간이 직접 코드를 읽고 검증하는 시간 자체가 병목이다.

병목이 보이면 제거하는 건 개발자의 본능이다. 더 촘촘한 테스트, 더 엄격한 린터, 더 상세한 스펙, 더 넓은 통합 테스트. 사람이 읽지 않아도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장의 품질 관리 라인을 세우는 것이다. Intent는 그 논리의 자연스러운 결론처럼 보인다. 아예 코드를 화면에서 치워버렸다.

여전히 프로덕션 환경의 장애는 치명적이고, 지금 당장은 누군가 시스템의 틈새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코드를 일일이 읽지 않아도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가 매일 쏟아진다. 이 가설을 증명하려는 야심 찬 탐험가들은 더 과격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조금 씁쓸하다. 지난 10년 남짓 치열하게 갈고닦은 “코드 읽기"라는 기술이 나는 자랑스럽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기술은 이제 ‘제거해야 할 병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직조공이 천의 결을 손끝으로 읽던 시절이 있었다. 기계식 방직기가 그 손끝의 감각을 대체한 것은 피할 수 없는 발전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장인들의 그 기술이 아름답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진짜 코드를 읽는 기술이 사라질지는 모르겠다. 개발의 꽃은 추상화라고 하지만 개발의 미래가 코드보다 한단계 더 높은, 시스템의 의도와 결과를 읽어내는 추상화일거라는 결론은 10년전 내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언젠가 낡아버릴 나의 ‘코드 읽는’ 기술에 이른 추도사를 써본다. 곧 올지도 모르는, 코드를 보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통제하는 새로운 시대를 불안히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