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실리콘밸리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
미국 취업을 고민하는 개발자를 위한 미국 비자 가이드
지난 몇 년 간 한국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을 만나 커피를 마실 때면 “미국으로 오세요!” 라고 가볍게 말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낯선 문화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에서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닌데, 너무 쉽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외국인이 정착해 합법적으로 일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결국 여러 방법을 통해 미국에서 멋진 커리어를 쌓는 많은 한국인 개발자들을 보았습니다. 더 많은 개발자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어 한국 국적을 가진 개발자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잠깐! 저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공유하는 정보는 인터넷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수집한 것입니다.
진지하게 미국 이민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취업 비자 종류
미국 취업을 고려할 때 언어, 개발 실력 등 여러 고민이 있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비자입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답게 다양한 비자를 제공합니다. 취업 목적이라면, 이러한 비자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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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민/이민 비자: 대부분의 미국 비자는 비이민 비자입니다. 이민 비자는 영주권 획득의 첫 관문으로, 사실상 영주권 취득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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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서가 필요한 비자: 일부 취업 비자는 미국 내 고용주의 청원이 필요합니다. 즉, 비자 신청 전에 이미 고용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비자 없는 구직자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이 미국 취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미국에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요 비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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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B: 전문 분야에서 일하려면 학사 학위 또는 동등한 학위가 필요한 전문직 비자입니다. 매년 정해진 수의 H-1B 비자가 발급되며 추첨제를 통해 발급됩니다. 2023년에는 신청자의 약 24%만이 당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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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1: 외국계 기업의 직원이 미국 내 같은 기업으로 임시 전근하는 경우 사용하는 주재원 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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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 소액투자 회사 운영을 확장시키거나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직원에게 주어지는 투자 비자입니다. 미국과 조약을 맺은 국가의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비자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한국은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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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1: 과학, 예술, 교육, 비즈니스, 운동 또는 미디어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수 재능 비자입니다. 개그맨 유재석씨가 무한도전 미국 찰영 당시 이 비자를 받았다고 알려저 “유재석 비자” 라고도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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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 교환학생, 연구원, 교수, 또는 미국 기업 인턴에게 주어지는 교환 방문 비자입니다. J-1 비자는 다른 비자에 비해 승인이 수월하지만, J-1 비자 만료 후 2년간 미국에 체류할 수 없는 제안이 있어 다른 비자로 갈아타기도, 영주권을 신청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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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1,2,3}: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인재 및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취업 이민 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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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가족이 초청하는 가족 초청 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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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OPT: 학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학생에게 주어지며, 학위 취득 후 선택적 실습 참여 과정(Optional Practical Training)을 통해 졸업 후 12개월간 취업 활동이 가능합니다. 이공계 학위 소지자는 OPT 기간을 추가로 24개월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위 소개한 카테고리를 적용해 비자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청원서 필요 | 청원서 불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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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민 | H-1B, L-1, O-1 | J-1, F1+OPT |
이민 | EB-2, EB-3 | F, EB-1, EB-2(NIW) |
#비자 취득 시나리오
비자 취득 시나리오를 몇개의 가상 상황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유학생 김씨 (F-1 (OPT) → H-1B)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김씨는 미국 취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1년짜리 단기 석사 과정을 마치고 F-1 OPT를 통해 취업 허가를 받아 구직 활동을 시작합니다.
졸업 후 90일 이내에 취업하지 못하면 OPT 상태가 강제 종료되기 때문에 졸업 전 학기 중에 활발하게 구직 활동을 하고 이전 직장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를 찾습니다. 이공계 석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OPT 연장을 사용하여 최대 36개월간 미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OPT 기간 이후에도 미국에서 일할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아 입사 전 회사의 HR 부서와 협의하여 H-1B 비자 스폰서십을 요청합니다. H-1B는 추첨 제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입사 직후 바로 H-1B 비자를 신청하여 매년 신청하며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년 25%의 확률로 OPT 기간 동안 3번 시도하면 H-1B 당첨 확률은 약 58% 정도로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당첨을 위해 김씨는 매달 108배를 올리러 갑니다.
#학부생 이씨 (L-1)
보안 관련 전공을 하는 학부생 이씨는 뛰어난 능력으로 세계적인 보안 관련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습니다. 이씨는 라스베이거스 DEF CON 방문 중 미국 IT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입사 제안을 받습니다.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둔 IT 회사는 이씨를 미국 본사로 옮기기 위해 먼저 비자 발급이 비교적 쉬운 싱가포르 지사에서 1년간 근무하며 L-1 비자 조건을 충족한 후 미국 본사로 건너오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L-1 비자는 H-1B 비자보다 기간이 짧고 회사에서 해고될 경우 새 회사로 비자를 옮기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가 더 큽니다. 그러나 L-1 비자는 조건만 충족하면 확실히 발급되기 때문에 이씨는 L-1 비자 발급 절차를 시작합니다. 졸업 후 싱가포르로 이주한 이씨는 싱가포르 지사에서 1년간 근무한 후 L-1 비자를 받고 미국 본사로 들어갑니다.
#창업자 유씨 (O-1)
대학 시절부터 스타트업계에 관심이 많았던 유씨는 대학 졸업 후 여러 창업에 도전합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세계적인 Y Combinator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 참여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Y Combinator 참여 후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싶었던 유씨는 Y Combinator에서 만난 미국인 공동 창업자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시드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유씨를 미국 회사의 창업 멤버로 영입하기 위해 팀은 O-1 비자를 신청합니다. O-1 비자는 조건이 까다로운 비자이지만 회사를 설립했으니 청원서 작성에는 문제가 없었고 또 시드 라운드 진행으로 미국 여러 매체의 관심을 받아 O-1비자 발급에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Y Combinator를 통해 좋은 인맥을 구축한 유씨는 업계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해커톤이나 컨퍼런스에 자문가로 참여하며 전문성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이민 변호사와 함께 O-1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자신을 의심했지만, 미국은 유씨의 O-1 비자를 승인해주었고 이로써 유씨는 미국에서 유니콘 스타트업 창업자의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개발자 최씨 (E-2)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발자 최씨는 회사가 미국에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계획을 듣게 됩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최씨와 창립 멤버들을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며, E-2 비자 승인을 받을 예정입니다.
H1-B 비자와는 다르게, E-2 비자는 특정 회사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회사 이동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E-2 비자는 이론상으로는 무제한 연장이 가능한 매력적인 옵션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E-2 비자가 H1-B와 달리 이중 의도 비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E-2 비자 신청 시 영주권 취득 의사를 밝히면 비자 발급이 거부될 위험이 있습니다. 비록 E-2 비자로 영주권을 취득한 사례가 많긴 하지만, 이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연구원 박씨 (EB-1, EB-2 NIW)
인공지능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씨는 졸업 후 실리콘밸리의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미국 취업 비자를 알아보던 중, 박씨는 이민 변호사를 통해 미국에 국익이 되는 인재들에게 주어지는 이민 비자인 EB-1이나 EB-2 NIW 조건에 부합할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다른 취업 비자와 달리 EB-1과 EB-2 NIW 비자는 고용주의 청원서가 필요 없어, 일단 비자 발급을 받고 미국에서 넘어간 뒤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박사 시절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연구 분야의 탑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던 박씨는 담당 교수와 몇 년 전 랩에서 함께 일했던 미국 교수 등 자신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EB-1 조건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운 좋게 그의 전문성과 명성을 인정받아 박씨는 EB-1 비자를 승인받았습니다.
#실리콘밸리 개발자 정씨 (EB-3)
H-1B 비자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던 정씨는 미국 생활이 가족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해 영주권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회사에서 청원서를 작성해 줄 수 있다는 확답을 받은 정씨는 학부 졸업장만 있는 이력을 고려해 EB-3 전형으로 이민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회사에서의 기여를 정리하여 정씨가 회사의 핵심 인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자료를 준비해 제출했습니다 (H-1B 때 필요했던 자료가 포함되어 있어 작업이 조금 더 수월했습니다).
#사랑꾼 견씨 (IR)
미국 유학 중 미국 국적을 가진 직씨와 사랑에 빠진 견씨는 대학 졸업 후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국적의 배우자가 있으면 별다른 조건 없이 영주권 발급이 가능하여 견씨는 큰 어려움 없이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며
미국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비자를 얻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고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외로움,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직면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기술 환경과 수많은 기회로 개발자의 커리어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도전적인 장소입니다. 한인 개발자분들의 미국에서의 도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