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되는 개발자 시장, 주니어의 고민
희미해져가는 평범한 실리콘벨리 개발자의 길
지난 한 달간 개발자 기술 면접 신청이 10건이나 들어왔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면접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놀랐던 점은 지원자 전원이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 지사 채용 대상이었다는 점입니다.
‘개발자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저는 단순히 시장이 얼어붙었다기보다는 개발자 채용 시장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도, 브라질, 대만 같은 곳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미국 기업들의 주요 채용 허브였으며, 이제는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풍부한 성숙한 시장입니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은 이제 미국 밖에 정말 많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는 더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주니어 개발자 시장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양극화되고 있는 개발자 시장의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는 AI의 도움으로 훨씬 강력해진 시니어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요즘 실리콘밸리의 이상적인 개발팀은 소수 정예의 시니어들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어렵고 중요한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이는 많은 분들이 이미 이야기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다른 한편에는 빠르게 성장한 해외 기술 허브들이 있습니다. 이곳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훌륭한 개발팀을 꾸릴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선호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이로 인해 미국에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실리콘밸리 기업에 입사해 차근차근 성장하던 ‘평범한’ 실리콘벨리 개발자의 경로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미국처럼 인건비가 높은 지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주니어 개발자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현실입니다.
제가 10년 전 처음 커리어를 시작하던 때와는 많이 다른 현실입니다. ‘회사에 들어가서 배운다’는 전통적인 방식이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고, 10년 전 실리콘밸리의 호황기를 경험했던 제가 걸어온 ‘커리어 패스’가 지금 개발자 커리어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유용할지 의문입니다.
요즘 주니어 개발자분들에게 연락이 자주 오곤 합니다. 솔직히 저도 뾰족한 답은 모릅니다. 이러한 ‘양극화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시작일 것 같습니다. 내가 목표하는 역할이 이 양극단의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봅시다. 저도 답답합니다.